노벨 화학상을 2012년에 수상한 Brian Kobilka M.D.가 있다. 그는 미국 Minnesota 대학교에서 학사를 마쳤고, 1981년 Yale 대학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였다. St. Louis에 위치한 Washington 대학교병원에서 내과 수련을 하였고, 그 후 Duke 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5년간 연구하였다. 1990년부터 Stanford 대학교에서 교수로서 근무하였다. 그는 약물의 작용기전에 매우 중요한 G 단백의 구조를 밝힘으로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다. 생리·의학상이 아닌 화학상을 내과전문의인 M.D.가 수여한 것이다. 그는 이제 자신이 발견한 것으로부터 신약개발과 산업화에 힘쓰고 있다.

Brian Kobilka M.D. 이야기가 10년 후 대한민국 의사의 이야기로서 세계로 보도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현실의 변화는 녹녹치 않다.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과 기술의 발달이 학문의 기본인 “아는 것”이 힘이 아닌 시대를 열고 있고, 멀지않은 미래에 인공지능이 의사 업무의 80%를 대신할 것이라고 한다. 그저 이대로 있다간 작금의 한의학 몰락을 답습하게 될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의학 학술·연구의 1) 주체, 2) 환경, 3) 내용 관점에서 지나온 변화 추세에 따른 대한의학회의 미래 역할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의학 학술·연구의 주체인 대한의학회 회원학회는 1966년 대한의학회 탄생 때 34개 학회에서 2016년 165개 학회로 크게 증가하였다. 회원학회의 수준은 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잡지의 수준으로 가늠할 수 있는데, 2015년도에 34개 학술지가 국제적 인정척도인 SCI에 등재되었고 Impact Factor가 4.0이 넘는 잡지도 3종이 출현하였다(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소식 VOL. 59, 2016). 이러한 외면적인 성장을 보면 별 문제 없이 발전하고 있다고 하겠으나, 들여다보면 연구를 가장 활발하게 수행하는 주체인 기초의학 의사 연구자 수의 감소가 가속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업무상 임상적인 성격이 많은 병리학과 예방의학을 제외한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약리학, 미생물학, 기생충학의 의사 교수는 55.6%(2014년 통계)에 불과하고, 10년 후에는 50%, 15년 후에는 45%, 20년 후에는 40%로 감소가 향후 예측이 된다는 것이 매우 충격적이다(의과학 선진화를 위한 기초의학 육성과 의사 기초의학자 양성 방안, 대한의학회, 2014). 노벨 생리·의학상의 약 40%, 미국 NIH director의 69%, 세계 10대 다국적 제약사의 chief scientific officer의 70%가 의사인 것을 보면 의사 기초 및 임상 의학자의 중요성이 의학 학술·연구 분야에서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와는 거꾸로 가고 있어서 미래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의학 학술·연구의 환경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은 역사 이래 최고의 수준인 세계 10위권에 속하는 번영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광복 70년의 도전과 성공의 영광을 이룩한 대한민국에 그동안 경험하지 못하였던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당분간 이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과 초고령화, 사회갈등 해소, 남북평화, 지속성장과 번영, 민주복지국가건설, 에너지와 환경문제가 우리가 풀어야할 6대 절대과제로 제시되고 있다(KAIST 미래전략대학원, 2015). 정부는 이에 공감하며 이러한 과제를 풀어나가는데 중심이 될 미래의 핵심기술을 15개 제시하고 있는데(미래이슈 분석보고서, 미래창조부, 2015) 이중 10개(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현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줄기세포, 유전공학분자생물학, 분자영상, 나노소재, 3D프린터)가 의학과 직간접으로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이다. 따라서 의학의 발전 없이 국가 발전이 이루어질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의학 학술·연구의 내용은 4단계로 종합된다. 1단계는 발견, 2단계는 발명이며, 발견·발명에 기초하여 사회에 영향을 주는 변화를 만드는 혁신이 최종단계인 4단계이며, 발견·발명을 혁신화로 실현하는 과정이 3단계인 중개이다. 최근 세계 최고의 학술지에 의사 연구자의 논문발표가 증가하고 있다. 즉 발견·발명 단계의 활성화이다. 그러나 이 활성화가 산업화로 이어져서 세계시장 속에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단계는 아직 요원하다. 우리의 미래가 바이오헬스 산업에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못하며, 국가에서도 바이오헬스 미래 신산업 육성 전략을 내놓고 있다. 기초의학의 성공도 결국 바이오헬스산업의 세계화에 있다고 하겠다. 임상 의사도 rule follower를 넘어서 rule creator로서, 진료 공여자를 넘어서 의술을 창조하는 연구개발자로서, 즉 발견·발명 단계를 넘어서 중개·혁신까지 의사가 중심이 되는 구조가 가장 효율적이며 이 구조가 국가미래에 공헌할 것이다.

창립 50주년을 넘어서고 있는 대한의학회의 미래역할을 위에서 살펴본 의학 학술·연구의 변화에 기초하여 제안한다. 의학 학술·연구의 주체인 회원학회 수의 증가로 학회 간 이견이 발생할 경우가 많아졌으며, 이때 조정자로서 대한의학회 역할이 필요하다. 또한 회원학회의 수준이 세계적으로 향상되었으므로 그동안 신설학회 또는 궤도에 오르지 못한 학회를 계도할 목적으로 펼쳐왔던 학술대회 개최, 학술지 발간 등 개별학회 수준의 직접 활동 사업은 지양하고, 그 에너지를 미래를 위하여 투자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의사 연구자의 감소가 심각하므로 이의 확충 전략 중심타워로서의 역할이 시급하다.

의학 학술·연구의 환경 변화는 우리나라와 세계가 한데 엮이어 파괴적으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변화를 미리 파악하고 대처하여, 미래사회의 화두인 공익성을 토대로 한 비전을 제시하여야 한다. 즉 사회 전체를 위한 목적과 내부 자정 역할을 확립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공익성을 바탕으로 하여 의학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정치, 환경, 기술, 연구, 자원 모든 분야에서 의학과 관련된 미래기술을 선도적으로 주도하는데 앞장서야할 것이다. 의학 관련 미래 분야에서 의사 연구자가 중심이 되는 조직이 국가발전에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에 국가적인 아젠다로서 의사 기초 및 임상 연구자를 키우고 그들이 자기의 위치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역할을 하여야할 것이다.

의학 학술·연구의 내용 변화는 의학의 전통적 학문영역 안에서만 안주할 수 없게 한다. 전통적으로 정해진 의학 영역 안에서의 배타적 세부영역 사수는 의료계 공멸을 자초할 것이다. 의학 학술·연구의 영역을 미래 신기술을 도입하여 확장하고, 발견·발명을 넘어서 중개·혁신까지 의사가 주도적으로 담당해야 하는데, 대한의학회는 이러한 활동의 중심 코디네이터 기관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한의학회가 의료 주체인 회원학회간의 다양한 유대를 공고히 하며, 미래사회를 주도할 수 있는 공익성을 주창하며, 미래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학술·연구의 전문 영역을 확장하고, 우리사회의 의료 혁신의 중심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국가 미래발전을 리드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