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대한민국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가진 분쉬의학상 제26회 본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너무나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를 분쉬의학상 본상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대한의학회 이윤성 회장님과 추천·심사·운영위원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이 상을 주신 것은 저의 연구성과는 물론 한국인 당뇨병의 병인을 밝히려 노력했던 많은 연구자들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해주신 결과라 생각하며 이 분들과 수상의 영광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특히 오랜 기간 동안 한국인 당뇨병의 병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이끌어주신 은사님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의 선, 후배 동료들과, 아시아지역의 당뇨병 연구자들, 그리고 협력연구에 기꺼이 참여해 주신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 모두에게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한국인 당뇨병의 임상적 특성이 서구인과 다르다는 것을 당뇨병 환자들을 보는 임상의사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한국인 당뇨병의 병인이 과연 서구인과 다른지, 다르다면 그 기전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오랜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저와 동료들은 지난 10여년의 연구를 통해서 한국인 당뇨병의 유전적 감수성과 자연경과, 발병기전을 밝히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인 당뇨병의 병인에 근거한 치료와 예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하고자 합니다.

부족한 저에게 이렇게 큰 상을 주신 대한의학회와 한국베링거인겔하임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수상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문득 ‘좋아하는 일을 하며 박수까지 받는’ 호사를 누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상을 받는다는 것은 격려이면서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제가 기초의학의 길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안영수, 김경환, 김동구, 김철훈 교수님 그리고 연세의대 약리학교실 교수님들께 감사합니다. 제 연구의 장을 마련해주신 카이스트 유욱준, 김정회, 한용만, 고규영 교수님 그리고 많은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님들께도 마음깊이 감사드립니다.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은 저와 함께 연구를 하겠다고 손을 잡아주신 세브란스병원의 김동석, 강훈철 교수님들이 아니었다면 이 연구는 아직도 제 머릿속에만 있었을지 모릅니다.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실험실에서 저희 학생들은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견디며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얻어진 이 연구는 저희 실험실의 첫 논문이 되었습니다. 이 상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상이 아님을 기억하겠습니다.

‘난치성 뇌질환’이라는 매력적인 주제와의 조우, 기초의학의 길만 선택하면 해결될 줄 알았던 무모한 용기가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했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던 실패의 향연이었습니다. 질병의 근원을 밝히겠다던 포부는 이내 자괴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위기의 순간마다 저를 일으켜세웠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부위침(磨斧爲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고 있던 노인의 이야기는 중도에 그만두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도끼가 바늘이 될 거라는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제가 갈아 만든 바늘이 난치성 뇌질환 환자들의 상처를 봉합하고 치유하는데 사용되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진하겠습니다.

저에게 큰 기대를 접어주신 부모님, 내년 1월 13년 만에 태어나는 아들과 언제나 의심의 눈으로 용기를 북돋아주는 아내에게 이 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제게 영광스러운 수상의 기회를 주신 대한의학회와 한국베링거인겔하임에 감사를 드립니다. 우선 가장 감사드리고 싶은 분은 현재의 저를 만들어 주시고 인생의 주요 고비마다 늘 함께 하여 주셨던 제 스승님이신 김효수 교수님과 구본권 교수님입니다. 부족한 저에게 학문 그 이상의 삶에 대해 그르쳐 주시며 지금도 늘 학문과 인생에 대해 영감을 북돋아 주시는 선생님께 이 상을 바치고 싶습니다. 또한 늘 함께해준 아내와 두 딸, 그리고 전공의 시절부터 항상 뜻을 같이 하며 저를 따라주는 후배들인 박종한, 황도연, 이태민 선생들, 그리고 현재까지도 연구의 동반자로 늘 함께하는 장정희 간호사에게도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수련하면서 관상동맥 중재 시술과 생리학 분야를 마음껏 연구할 수 있었고, 현재도 몸담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의 존경하는 오재건 심뇌혈관병원 원장님, 이상훈, 권현철, 최승혁, 한주용, 송영빈, 양정훈 선생님들께서 언제나 저를 북돋아 주시며 함께 열심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직 인생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저와 같은 좋은 환경에서 열심히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게 주어진 좋은 기회를 헛되이 하지 않고 앞으로도 부단히 정진할 것이며, 성과도 중요하지만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연구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저를 단련하겠습니다. 또한 스승님께서 제게 그러하셨듯이, 저도 누군가에게 좋은 스승이 되기 위해 늘 스스로를 반성하고 되돌아보며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