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하 한림원)은 “현재에서 바라본 10년 전, 황우석 사건”을 주제로 학술포럼을 개최하였다. 황우석 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썩거린 지 10년이 지났는데 그 10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성찰하자는 취지이다. 한림원에서 한상원 학술위원장이 포럼 주제를 정하고 전체적인 준비와 진행을 맡고, 이윤성 대한의학회장이 좌장을 맡아 프로그램을 짜고 운영하였다. 포럼 주제발표는 이인영 교수(홍익대 법학)가 “다시 본 황우석 사건: 반성과 성찰을 통한 재구성”의 제목으로 사건의 전개와 진행, 결과를 요약하고 나서 법적으로 연구비 유용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형사상 유죄이며 2014년 대법원에서 서울대학교 파면이 합당한 징계임을 법적으로 확정하게 된 사실을 정리하였다.

지정토론에 나선 오일환 교수(가톨릭대 의학)가 이 사건의 성격을 과학에 개입한 정치권력과 이에 편승한 과학계의 포퓰리즘에 의한 것으로 규정하고 학문의 사대주의가 이 사건의 저변에 있음을 지적하였다. 언론인인 강양구 기자 (프레시안)는 황우석을 비롯한 그의 연구진 대부분이 같은 기관에서 아직도 직을 유지하면서 연구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그 연구팀원들은 거의 변한 것이 없고 철학과 윤리성이 없는 맹목적인 과학연구의 위험성을 강조하였다. 이어서 김환석 교수(국민대 사회학)는 과학연구의 사회적 책임성을 집중하여 제기하였다. 김명희 사무총장(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은 여성의 입장에서 난자채취의 의학적 윤리적 문제점이 간과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여성의 몸을 단순한 연구재료 채취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주장하였다. 김옥주 교수(서울대 인문의학)는 이 사건의 발생 이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정과 기관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제도가 도입된 사실을 소개하였다. 마지막 토론에 나선 정명희 교수(가천대 부총장, 2006년도 서울대 부총장으로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음)는 이 같은 연구부정이 그 이후에도 지속하고 있음을 개탄하면서 그 이유로 연구비 지원정책과 과도한 연구업적 경쟁을 지적하였다. 즉 소수의 연구자가 거액의 연구비를 독점하면 연구비에 상응하는 성과를 내야 하므로 연구부정이 필연적으로 생기게 된다는 점을 상기하고 그 여파로 대다수 연구자는 연구비가 없는 상태로 내몰리는데 연구업적을 내야 생존하는 최근 연구기관의 극심한 경쟁 여건으로 인하여 이들 역시 연구부정의 유혹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 연구비 정책이 단기성과에 집중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연구기반을 확충하는 기초연구 위주로 집행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아울러 젊은 연구자 교육에 연구윤리를 포함하고 위반자에 대한 처벌을 확실하게 하여 국가적인 연구윤리 수준을 확립하여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청중의 반응도 뜨거워서 좌장이 진행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 황우석 전 교수에 대한 마녀사냥식 억울한 공격을 한다고 강변한 참석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주제발표자와 지정토론자의 주장에 공감하였다. 발제와 토론의 내용을 정리하면 이 사건은 연구진이 다 같이 날조, 변조, 표절, 저자됨 위반의 주요 유형을 다 포함하는 연구부정을 저지른 행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황우석 전 교수를 포함하여 연루된 연구자가 잘못을 시인하고 자숙하기보다 소송을 제기하면서 지리한 소모전을 전개한 사실이 안타깝다. 더욱이 비슷한 연구부정이 아직도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보여준다.

황우석 사건이 주는 교훈이 많이 있지만 크게 연구비 정책 변화와 윤리 위반 예방과 위반자에 대한 처벌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사실 국가 연구비 정책은 비단 연구부정의 차원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국가 연구비는 연구자주도 과제를 중점으로 지원하여 풀뿌리연구를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집행되어야 한다. 지금같이 정권의 목표를 달성하는 단기과제 위주로 ‘선택과 집중’하면 엄청난 재정 낭비와 함께 학문적인 왜곡이 심화되어 장기적으로 연구를 통한 국가 동력을 창출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 최근 과학계가 크게 반향을 일으킨 “연구자 주도 연구비 지원정책” 추진은 바로 그러한 배경에서 시작한 것이다.

연구부정을 저지른 사람에 대한 처벌을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것도 당위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연구부정의 내용과 정도에 따라서 처벌의 내용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특히 황우석과 그 연구팀원들이 모든 유형의 부정을 저지르고 회개하지도 않으면서 비슷한 연구를 지속하여 연구성과를 학술지에 출판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들을 학술적으로 사면하기에는 10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든다. 사면과 용서도 잘못한 사람이 뉘우치고 개전되었을 때에나 고려할 수 있다. 제대로 된 학술지라면 황우석 연구팀의 논문을 출판하지 않아야 한다.

사실 연구부정은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위에서 말한 두 가지 교훈은 예방조치에도 해당한다. 그렇지만 지난 10년 동안 정부와 여러 대학에서 연구윤리 지침을 만들고 대학원 과정에 연구윤리 교육을 포함하게 된 것은 이 사건의 교훈에 따른 성과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