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바이러스의 대두

1947년, 우간다의 지카숲(Zika forest)에서 발열을 보였던 붉은털 원숭이로부터 동정이 되면서 지카바이러스는 처음 그 존재가 알려지게 되었다. 인간에서의 감염은 1954년 나이지리아에서 처음 보고가 되었고 이후 2006년까지는 아프리카나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 가벼운 증상을 가진 산발적인 감염만 보고가 되어왔다. 2007년, 미크로네시아(Micronesia)에서의 대규모 감염이 보고 되었고 이후로 동남아와 태평양에 분포한 섬들에서의 대규모 발병이 연이어 알려졌다.
지카바이러스와 신경계질환의 연관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Polynesia)섬에서 지카바이러스와 뎅기열의 대유행이 있은 후인, 2013년 10월부터 길랑바레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과 같은 자가면역성 신경계질환의 발병의 급격한 증가가 목격된 이후부터이다.
아울러 중추신경계질환의 위험성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이는 2015년 중반 브라질의 대규모 발병이 있었고 같은 해 말, 브라질 보건 당국이 소두증 태아의 증가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에 기인한다. 이에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공식적으로 남미에서의 길랑바레증후군 및 수두증의 발병 증가와 지카바이러스와의 연관성을 지적하였다. 이에 현재 유럽 및 미국, 우리나라 등 각국의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임신부에게 최근 2개월 이내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한 국가로의 여행을 출산 이후로 연기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천지카증후군(Congenital Zika syndrome)

2015년의 브라질의 대규모 지카바이러스 감염 발병과 소두증 태아의 증가는 바이러스의 주산기 감염 가능성과 신경계 발생의 악영향에 대한 여러 가설들을 제기하였다. 사실 지카바이러스의 주산기내 태아로의 전파나 양수에서의 발견은 이미 2014년에 보고가 되었던 바다. 2016년 NEJM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시행한 계통적 코호트 연구에서 지카바이러스RNA, 뎅기열항체에 강양성을 보인 산모의 1/3이 태아초음파의 이상을 보였음을 발표하였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산모의 여행제한이나 발병국가 여행 후에 성관계시의 콘돔 사용을 권장하는 구체적인 보건 지침이 각국에서 만들어지게 되었다. 기존의 연구가 산전 태아 검사를 통해 소두증의 유무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면, 최근 발표된 23명의 소아에 대한 후향적 연구에서는 지카바이러스 선청성감염이 있던 환아들의 두개골기형, 뇌영상이상, 뇌실확대증, 피질이형성등이 출산 후 영상 검사로 직접적으로 확인된 증례가 발표되었고 선천성 지카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성이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에 더하여 선천성 지카바이러스 감염의 후유증으로 망막위축, 시신경이상등과 같은 안구 기형 역시 보고되고 있으며 최근 몇 개의 실험적 모델에서, 지카바이러스가 인간 뇌세포의 생존과 성장 능력을 감소시키는 것이 확인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새로운 발견들로 하여금, 최근WHO는 선천지카증후군(Congenital Zika syndrome)을 명명하여 태아의 자궁 내 지카바이러스감염으로 인한 일련의 신경계 기형을 구분되는 하나의 임상군으로 정의 내렸다.

성인과 소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카바이러스와 관련한 신경계 질환

앞서 설명하였던,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의 지카바이러스 감염의 대유행 이후 발생한 길랑바레증후군에 대한 환자 대조군 연구에서는 몇 가지 임상적 특징을 확인 할 수 있다. 당시 연구에서 환자군의 상당수가 뎅기열 동반이 있었으므로 해당 내용이 절대적인 참고치가 될 수 없겠으나 실제 진료현장에서 환자를 보게 될 임상의가 주지하면 도움이 될 내용을 기술하고자 한다.
첫째, 해당 연구결과 지카바이러스감염 후 길랑바레증후군의 발생률은 1,000명당 0.24명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 둘째, 지카바이러스감염 후 생기는 길랑바레증후군의 경우, 증상 발생 후 평균 6일만에 임상 증상이 가장 악화된 시점을 맞이하고 평균 4일간의 정체기 이후에 회복기에 이르는 등 전형적인 길랑바레증후군에 비해 질환의 자연 주기가 빠르게 진행하는 경과를 보였다. 셋째, 흔히 관찰된 증상으로는 전신의 위약, 안면마비, 보행 장애 등이 있었다.
캠필로박터감염과 같이 길랑바레증후군이나 그 아형의 원인이 되는 감염, 항체등이 발견된 것과 달리 지카바이러스 감염과 관계되는 자가항체의 원인에 대해서는 밝혀진바 없으며 후속 연구가 진행중이다.
2016년 4월에는 길랑바레증후군 외 다른 신경계질환들과 지카바이러스 감염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증례 두 가지가 보고 되었다. 하나는 프랑스령 과달루페(Gaudelope)에서 척수염이 발병한 십대 소녀의 혈액과 소변, 뇌척수액 RT-PCR 검사 결과에 지카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뉴칼레도니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81세 프랑스 남성이 지카바이러스에 의한 뇌수막염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증례들은 앞선 길랑바레증후군에 대한 보고들과는 큰 차이점 두 가지를 보인다. 첫째, 길랑바레증후군이 지카바이러스감염(발열, 발진 등)이 발생한 이후 자가면역성 기전을 거쳐 발병하였다면 척수염과 뇌수막염은 지카바이러스가 직접 감염을 일으켰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이다. 둘째, 지카바이러스에 의해 중추신경계 질환이 태아가 아닌 연령층에서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감염에 의한 척수염 및 뇌염의 원인으로서의 지카바이러스의 역학을 규명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겠다.

지카바이러스의 전파

지카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감염된 이집트 숲모기(Aedes aegypti)에 물리면서 인체 감염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국내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 전체 국내 모기 중 약 3%가량으로 알려짐) 역시 전파 가능한 종에 속하여 봄부터 대규모 방재 작업이 실시되고 있다. 추가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최근의 대규모 발병으로 인해 보고되고 있는 모기 외 전파경로이다. 성접촉에 의한 전파가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10개국에서 보고되었으며 이 중 1건은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해 발병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15년에는 브라질에서 수혈로 인한 지카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2건 보고된 바 있다. 혈액과 정액으로 인한 인간 간의 전파와 실제 감염력에 대한 보고는 현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정확한 인과 관계가 규명 되지 않아 후속 연구가 진행 중이다.

지카바이러스와 신경계질환

현재 대한민국 질병관리본부는 관리지침을 제시하여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발생국의 여행력이 있는 자, 감염 남성과 성접촉이 있는 자 등이 발진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새롭게 감염증 환자를 보게 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여행력을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며, 본격적인 휴가철과 올림픽 등의 전세계적인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유입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
지카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환자 모두가 신경계질환을 보이는 것은 아니나 질환의 중증도를 고려했을 때, 감염이 확인된 뒤에는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이환 여부를 평가하는 과정을 권고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최근에는 바이러스의 중추신경계감염까지 보고가 되고 있는 만큼, 환자의 임상 양상 변화에 대한 면밀한 감시가 파행적인 경과를 막는 가장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